위플래쉬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재즈를 전혀 몰랐다. 드럼이라는 악기에도 특별한 관심이 없었다. 그냥 친구가 강력 추천한 영화니까 봤다. 그런데 마지막 공연 장면이 시작되면서 나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드럼 소리가 심장을 때리는 것 같았고, 니먼의 눈빛이 화면을 뚫고 나오는 것 같았다.
극장을 나오면서 제일 먼저 한 것이 영화 OST를 검색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재즈를 듣기 시작했다. 처음엔 뭘 들어야 할지 몰라 막막했는데, 위플래쉬 OST가 훌륭한 입문 교재가 됐다. 이 글은 영화 OST 정리와 함께, 재즈를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한 추천 앨범 목록이다.
PART 1. 위플래쉬 OST 전곡 정리
Whiplash — Justin Hurwitz
영화의 메인 테마이자 오프닝 곡. 빠른 템포의 빅밴드 재즈로, 니먼이 드럼 연습실에서 처음 등장하는 장면과 함께 흐른다. 긴장감과 에너지가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단 몇 초 만에 세팅한다.
Caravan — Duke Ellington & Juan Tizol
영화 중반부 콩쿠르 장면에서 등장하는 곡. 듀크 엘링턴과 후안 티솔이 공동 작곡한 재즈 스탠더드로, 이국적인 선율과 강렬한 드럼 솔로가 특징이다. 영화에서 니먼이 피를 흘리며 연주하는 장면의 배경곡이다.
Overture — Justin Hurwitz
영화의 서정적인 면을 담당하는 곡으로, 니먼과 니콜의 관계가 그려지는 장면에서 주로 흐른다. 메인 테마의 선율을 피아노와 현악으로 부드럽게 변주한 버전으로, 영화의 격렬함 속에서 숨을 고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Fletcher's Song in Club — Justin Hurwitz
플레처 교수가 재즈 바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의 배경곡. 영화에서 가장 인간적인 플레처의 모습이 드러나는 장면과 함께 흐르며, 그가 단순한 악당이 아님을 암시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Upswingin' — Justin Hurwitz
영화 후반 클라이맥스 공연 직전 흐르는 곡. 니먼이 무대에 오르기 전 내면의 결의를 다지는 장면과 맞물리며, 폭풍 전야의 고요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담고 있다.
Caravan (Final Performance) — Studio Band
영화 마지막 공연 장면의 카라반 풀버전. 영화 역사상 손꼽히는 클라이맥스 장면 중 하나로, 니먼의 드럼 솔로가 절정에 달하며 플레처와의 눈빛 싸움과 함께 펼쳐진다. 이 장면을 위해 영화 전체가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OST 전곡 한눈에 보기
| 트랙 | 곡명 | 작곡 | 장면 |
|---|---|---|---|
| 01 | Whiplash | Justin Hurwitz | 오프닝 / 연습실 |
| 02 | Overture | Justin Hurwitz | 니먼·니콜 관계 |
| 03 | Caravan | Duke Ellington | 콩쿠르 / 피 흘리는 장면 |
| 04 | Fletcher's Song in Club | Justin Hurwitz | 재즈 바 플레처 피아노 |
| 05 | Upswingin' | Justin Hurwitz | 클라이맥스 직전 |
| 06 | Caravan (Final) | Duke Ellington | 마지막 공연 클라이맥스 |
PART 2. 재즈 입문자를 위한 추천 앨범 5장
위플래쉬를 보고 재즈가 궁금해졌다면 이 다섯 장으로 시작하면 된다. 순서대로 들을수록 재즈의 폭이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1. Kind of Blue — Miles Davis (1959)
입문 난이도: ★☆☆☆☆ | 장르: 모달 재즈
재즈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자 가장 좋은 입문 앨범. 느리고 선명한 멜로디 선율이 재즈를 처음 듣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한다. 'So What', 'Blue in Green' 등 지금도 광고·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곡들이 담겨 있다.
2. Time Out — Dave Brubeck Quartet (1959)
입문 난이도: ★★☆☆☆ | 장르: 쿨 재즈
5박자, 9박자 등 비정형 박자를 재즈에 도입한 혁신적인 앨범. 대표곡 'Take Five'는 5박자 리듬임에도 너무 자연스럽게 들려 처음엔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위플래쉬의 드럼 중심 구성에서 리듬의 다양성으로 넘어가는 가교 역할을 한다.
3. A Love Supreme — John Coltrane (1965)
입문 난이도: ★★★☆☆ | 장르: 하드밥 / 영적 재즈
존 콜트레인이 신(神)에게 바친 앨범으로, 재즈 역사상 가장 영적이고 강렬한 작품 중 하나. 위플래쉬의 주인공 니먼이 추구하는 "인간의 한계를 넘는 연주"와 가장 닮아 있는 앨범이다. 처음엔 어렵게 느껴지지만,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4. Ellington at Newport — Duke Ellington (1956)
입문 난이도: ★★☆☆☆ | 장르: 빅밴드 재즈
위플래쉬 OST의 핵심 곡 'Caravan'의 원작자 듀크 엘링턴의 라이브 앨범. 빅밴드 재즈의 에너지와 스윙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앨범으로, 영화의 콩쿠르·공연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생동감이 있다.
5. Ah Um — Charles Mingus (1959)
입문 난이도: ★★★☆☆ | 장르: 하드밥
영화 속 플레처 교수가 추구하는 "완벽을 향한 집착"과 가장 닮은 음악가가 찰스 밍거스다. 그는 연주 중 마음에 안 들면 밴드를 멈추고 다시 시작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이 앨범은 그의 완벽주의적 음악성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다.
마치며 — 위플래쉬가 열어준 문
위플래쉬는 재즈 영화라기보다 집착에 관한 영화다. 하지만 그 집착의 대상이 재즈였기에, 이 영화를 본 수많은 사람들이 재즈라는 문 앞에 서게 됐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재즈는 처음엔 낯설다. 익숙한 멜로디도 없고, 박자도 복잡하고, 즉흥 연주가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낯섦에 조금씩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 순간 재즈만의 언어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 순간이 오면 돌아오기 어렵다.
오늘 퇴근길에 Kind of Blue 한 장만 틀어보자. 위플래쉬가 열어준 문 안으로 한 발짝 들어서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